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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폭] 등짝을 보자! 연구소 앞 벤치

안녕하세요? 모모판다입니다.

오늘은 그동안 너무나 궁금했던, '등짝을 보자!'에 대한 궁금증을 풀었습니다.
호기심을 이기지 못하고 베르세르크 4권 일본판을 사버렸네요. -_-


[경고] 이후의 내용은 성적인 내용이 포함되어 있으며 불쾌함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먼저 문제의 장면을 조금 앞부터 보시겠습니다.



가츠가 용병으로서 처음으로 실전에 참여한 날의 밤. 가츠의 텐트로 감비노가 들어옵니다.
한국판
도노반: 잡아 먹는게 아냐, 잠깐만 얌전히 있으면 돼...

도노반: 헤헤... 등짝을 확인해 볼게 있어.


일본판
ドノバン: 取って食おうってんじゃねぇ. な-に... おとなしくしてりゃすぐすむ.
(도노반: 잡아 먹는게 아냐. 뭐... 얌전히 있으면 금방 끝나.)

ドノバン: へへ... 軍隊にゃよくあることさ
(도노반: 헤헤... 군대에서는 흔히 있는 일이라고.)





가츠의 반항을 억누르며 윽박지르는 도노반
한국판
도노반: 잠깐만 보면 돼!


일본판
ドノバン: ジタバタするんじゃねぇ!! こっちはガンビーノに 金 払ってんだからな!!
(도노반: 버둥거리마!! 나는 감비노에게 돈 냈다구!!)






놀라는 가츠에게 말하는 도노반
한국판
도노반: 이러면 재미없어. 버둥대지 말아. 잠깐이면 돼.


일본판
ドノバン: オレは 今夜一晩 おまえを買ったのさ. ガンビーノから 銀貨3枚でよ
(도노반: 나는 오늘 하룻밤 너를 샀다고. 감비노한테서 은화 3개로)






그리고...
한국판
도노반: 감비노도 궁금해 하더라고.
'등짝!'


일본판
ドノバン: おまえは売られたんだよ ガンビーノに
(도노반: 넌 팔린 거라고, 감비노한테)

'嘘だ...'
('거짓말...')





한국판
'등짝을 보자!'

일본판
'嘘だ!!'
('거짓말이야!!')


이것이 그 유명한 "등짝! 등짝을 보자!" 입니다.

한국판에서는 대사 수정 때문에 '등짝! 등짝을 보자!' 라는 대사가 도노반이 외치는 것 같이 되어습니다. 덕분에 특유의 공격 대사(...)로 도처에서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이 부분의 원래 대사는 가츠가 감비노가 자신을 팔았다는 것을 믿을 수 없어서 '거짓말!'이라고 마음 속으로 외치는 대사였습니다.



일본판에서는 한국판 번역에서 계속 등장하는 '등짝' 이라는 대사는 한번도 나오지 않습니다.
일본판에서 이 장면에서의 주 내용은 '감비노가 가츠를 도노반에게 팔았다'는 것.
도노반의 대사 역시 '나는 감비노한테서 너를 샀으니 반항하지마라'는 내용입니다.



이런 대사 수정 때문에 가츠의 반항을 억누르고 윽박지르는 컷(위에서 두번째)은
원래는 감비노가 자신을 도노반에게 팔았다는 얘기에 놀라는 가츠였는데, 한국판은 무리한 대사 수정으로 '잠깐만 보면 된다'는 도노반의 대사에 가츠가 충격을 받는 장면이 되어버리는군요. -_-;;;;
이 장면에서 조금 상상력을 동원해 보면 '원래 등짝은 잠깐만 보면 안되는건데, 도노반이 잠깐만 보겠다고 하니 가츠가 깜짝 놀라 버린' 듯한 애매한 전개가 되어버리네요(...)



간단히 정리하면 일본판의 내용은 '감비노가 도노반에게 가츠를 팔았다'이 중심이라면
국내판은 이 사건에 관련된 모든 관련내용이 '도노반이 가츠를 덮쳤다'쪽으로 미묘하게 수정된 듯합니다.
(크루루님의 말씀을 듣고 내용을 추가하였습니다.)




그럼 관련된 이후의 전개(와 내용수정)도 조금 보시겠습니다.


위의 사건이 있은 후, 전투 중에 가츠는 으슥한 곳에서 같은 용병단인 감비노를 죽어버립니다.
한국판
가츠: 다시 한 번 말해봐! 감비노도 궁금해하더라구...

가츠: 말해 봐!!

도노반: ......!! ...감...



일본판
カッツ: もう一度言って見ろ!! 誰がオレを売ったって!?
(가츠: 다시 한 번 말해봐!! 누가 나를 팔았다고!?)

カッツ: 言って見ろ!!
(가츠: 말해 봐!)

ドノバン: ......!! ...ガン...
(도노반: .....!! ...감...)


도노반의 말을 듣고 잠시나마 감비노를 의심했었지만, 감바노는 평소와 다름 없는 태도를 보입니다. 그런 감비노의 태도에 가츠는 아버지나 다름 없는 감비노가 자신을 팔았을리 없다고 확신했겠지요. 그렇기에 저런 말을 하며 같은 용병단 소속인 도노반을 죽인 것이겠지요.

이 부분 역시 앞부분의 내용이 수정된 것에 맞추어 저렇게 바뀌었군요.
한국판에서는 가츠가 "감비노도 궁금해라더라고 하고 말해봐!"라고 하니
"...감..." 하다 죽는 도노반이 참 애처롭습니다.




그리고 2년 후. 그 동안 감비노는 전투중에 큰 부상을 입고 삶의 의욕도 잃습니다. 가츠를 마구 학대하는 나날이 계속되고 어느 날 밤, 술에 취한 감비노는 칼을 들고 가츠의 텐트에 들어와서 이렇게 말합니다.

한국판
감비노: 한가지 좋은 얘길 해줄까?

감비노: 기억해? 네가 첫 출동한 날 밤...

감비노: 도노반은 너에게 관심있어 했어. 나에게 말하더군.


한국판
감비노: 나에게!





일본판
ガンビーノ: 一つ いいこと 教えてやるぜ
(감비노: 좋은 것 하나 가르쳐주지.)

ガンビーノ: 覚えてるか? おまえが初斬した日の夜のこと......
(감비노: 기억하고 있나? 네가 처음으로 사람을 죽인 날 밤의 일......)

ガンビーノ: ドノバンはお前をかったのさ。銀貨 3枚で
(감비노: 도노반이 너를 산거라구. 은화 3개로.)

일본판
ガンビーノ: このオレからな
(감비노: 바로 나한테서 말이지)


이 부분 역시 지금까지의 수정에 맞추어 내용이 바뀌었습니다.
한국판의 경우 대사 수정으로, 충격적인 대사가 나와야 할 것 같은 칸 구분에서 '나에게'라는 대사가 들어가 약간 안 어울리게 되어 버렸네요.





이렇게 해서 등짝과 관련된 부분을 살펴보았습니다.

전체적으로 보면 한국판은 위의 사건은 도노반의 우발적인 범행에 가깝게 됩니다. 도노반만 나쁜 놈이 되어버리는 셈이지요. 하지만 원래 내용대로라면 감비노가 좀 더 가츠에게 마음의 상처를 주지 않을까요.


역시 당시의 한국어 판에서는 (비록 친아들이 아닐지라도) 자식을 돈받고 파는 내용을 그대로 표현할 수 없었던 것이겠지요.


샤를롯트 공주와 미들랜드의 왕과 관련된 부분의 대사 변경도 비슷한 예라고 할 수 있을 듯 합니다. 미들랜드 왕은 자신의 딸인 샤를롯에게 딸 이상의 감정을 품게 되지만, 한국어판에서는 샤를롯 공주가 미들랜드왕의 친 딸이 아닌 것으로 수정되어서 나옵니다.





추가로, 벨제뷔트님의 말씀에 따르면...
Commented by 벨제뷔트 at 2005-05-17 12:55
이거 번역하신 분과 약간 안면이 있는 사이인데... 번역은 제대로 해서 넘겼
건만 정작 책이 나온 걸 보니까 그리 바뀌어 있었다더군. 당시에는 시대가
시대였으니만큼 편집부에서 윤리적으로(?) 자체 검열한 것이 아니었을라나


여러 정황으로 볼때, 원문을 제대로 번역해 넘긴 것이 책이 나오고 나서 바뀌었다는 것 같네요. 역시 당시의 시대 상황 때문에 불가피한 조치가 아니였을까요.

아무튼 "등짝을 보자!", "감비노도 궁금해 하더라고" 라는 명대사를 만들어낸 것은 편집부의 어느 분이신 것 같은데, 저런 대사 센스를 가진 사람이 누군지 참 궁금합니다. 따로 떨어져서 세 부분으로 등장한 관련 부분을 꼼꼼히 모두 고쳐놓은 솜씨도 멋집니다.





지난 3년간 궁금했던 '등짝'의 원문에 대한 수수께끼를 이제야 풀어서 홀가분 한 건지 아쉬운건지 모르겠네요.

지금 생각해보니 일본판보다 한국판 대사가 더 엄한게 되어버린 건 아닌가 싶네요.
아무튼 역사에 길이 남을 명대사의 탄생이었습니다. 베르세르크를 원판으로 모으시는 분들 중에서, 4권만은 한글판도 같이 가지고 계시는 분들이 많다고 하네요. -ㅁ-




진상에 대해서 이미 알고 계신 분들도 많이 계셨겠지만...
오늘은 저도 한번 등짝을 보자 원문에 대해서 알아보았습니다. ^^



이런 글은 좋은 하루 되시라는 말로 끝맺기도 참 뭐하군요.
음...
안녕히. -_-






PS: 연구소의 정체성이... 확실히 자폭이군요. 이건.


PS2: 만약 베르세르크 원판을 더 모을 생각이 생기면...
다음 번 명대사 탐구는 "조드 이 소△끼가!"를 해 볼 예정입니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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